어제 일어난 지진이 생각보다 강도가 높아 진원지 부근은 6.7도였다고 한다. 늦은 밤, 약 1시 40분경 스탠드 하나에 의지해 공부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우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 바람이 이리 센가 싶은 찰나에 물건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달그락, 달그락, 따닥딱... 헉.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지진이란걸 알아챘다. 집이 움직인다. 걸어놓은 물건들이 출렁출렁 흔들린다. 전등은 신나게 진자운동을 한다. 한 10초정도 계속되었다.
지진은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놀이기구가 흔들리는 것같은 진동속에, 대피를 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집에 있는게 더 안전할까 하는 혼란이 순간적으로 머리속에 일어났다. 그래 침착하자. 일단 테레비젼부터 켰다. 역시나 뉴스 속보에 지진이 나오고 있다. 한동안은 당장이라도 대피할 수 있는 태세로 뉴스의 방송에 최대한 귀를 귀울였다.
내가 사는 카와사키에는진도 3도 정도의 지진이었다. 땅이 이렇게 움직이고, 집이 이렇게 흔들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자연의 힘의 거대함을 어렴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실 어느정도 안정되고 나서 들은 생각이지만, 심하게 집이 흔들려서 대피하려고 문을 열었더니, 하늘은 쌔까맣고, 화산재가 뿌옅게 날아다니고, 길 저 끝에서 씨뻘건 용암이 밀려오고 있다면 정말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 사람들은 용암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버스를 넘어뜨려 막아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달아나기 시작,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용암이 가까워질수록 더워지고, 매섭게 흐르는 땀방울... 상상은 여기까지.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정말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지진이 일어난 순간 그렇게 비극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직 난 죽을 운명이 아니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넌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야, 넌 아직 할게 많잖아.' 하는 신의 소리가 들렸는지도 ㅋㅋㅋ
Posted by LifeFeel

